
봉준호 감독의 2017년작 옥자(Okja)는 단순한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이 작품은 대형 식품 산업에 대한 비판, 동물권 보호, 소비자 윤리 등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스토리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면서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해외 관객과 평론가들은 옥자를 어떻게 해석했으며, 이 작품이 국제적으로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 수상 내역과 함께 자세히 살펴본다.
해외 반응: 스트리밍 논쟁에서 시작된 세계적 주목
옥자는 공개 전부터 전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전통 극장 시스템의 충돌’이라는 영화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투자 및 배급을 맡은 옥자는 201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으나, 프랑스 영화계는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미개봉 정책에 강한 반발을 보였다. 프랑스의 영화 관련 법은 영화가 개봉한 후 36개월이 지나야 스트리밍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어, 넷플릭스는 이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는 칸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상영 전 ‘로고 야유’라는 해프닝을 불러왔다. 상영 첫날에는 기술적 문제로 스크린 비율이 깨져 10분 만에 상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오히려 옥자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영화 유통 방식의 실험”, “극장 중심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고, 특히 젊은 층과 디지털 세대는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한 영화 소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큰 지지를 보냈다.
평론가의 평가: 감성과 메시지의 동시 전달
옥자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 예술성과 감정선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연출로 주목받았다. 해외 주요 평론 매체들은 각자의 시각으로 이 작품을 조명했으며, 거의 모든 매체가 봉준호 감독의 ‘장르 혼합 능력’을 극찬했다. The New York Times는 “옥자는 자본주의와 식량산업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며 동시에 인간과 동물 간의 유대라는 따뜻한 이야기”라며, 봉준호 감독의 연출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도축장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충격적이라고 평가되었다. The Guardian은 “이 영화는 디즈니풍의 동화와 다르다. 어두운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고통조차 아름답게 연출한다”라고 극찬하며 별점 4점을 부여했다. 틸다 스윈튼의 1인 2역 연기에 대해서도 "현대 산업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라고 평가했다. Variety는 “옥자는 단순한 환경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 시스템, 다국적 자본,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담긴 블랙 코미디”라며,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설국열차와 비교하며 글로벌 감각이 더 발전했다고 평했다. RogerEbert.com의 브라이언 톨리 역시 “옥자는 지금까지 본 봉준호 영화 중 가장 ‘감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작품”이라며 별점 4점 만점을 부여했다.
수상 및 후보: 논란을 넘어 인정받은 영향력
옥자는 예상과는 달리 주요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진 않았지만, 그 상징성과 영향력 면에서는 매우 높이 평가된다. 2017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미국 비평가 협회상 후보 다수, 영국 인디펜던트 영화상 후보, 국내 청룡영화상 기술상 수상 등 공식적인 수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 외적인 파급력이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PETA는 옥자를 올해의 영화로 선정했으며, 이 영화를 계기로 채식과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단순한 영화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이 작품은 문화적 사건으로서도 평가된다.
옥자는 영화 산업, 사회 의식, 소비문화, 그리고 윤리적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한 편의 영화로 풀어낸 독보적인 사례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의 탐욕과 인간성과의 충돌을 감각적이고도 강렬하게 전달했으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에 동시에 메시지를 던졌다. 오늘날 영화는 단순한 상영물이 아닌 사회 담론의 출발점이다. 그런 점에서 옥자는 반드시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