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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 재평가 (시리즈순서, 흥행, 영향력)

by filmemorie 2025. 11. 1.

제이슨본
제이슨본

2000년대 초반, 첩보영화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작품이 있다. 바로 ‘본 시리즈’다. 2002년 ‘본 아이덴티티’를 시작으로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본 레거시’, ‘제이슨 본’으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냉전 시대의 스파이 판타지에서 벗어나 리얼리즘 기반의 첩보 서사를 구축하며 새로운 장르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본 시리즈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인간 정체성과 기억, 국가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녹여낸 사회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본 시리즈의 순서, 흥행 성과, 그리고 영화사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재평가해본다.

시리즈순서

본 시리즈의 이해는 작품 순서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식적으로 본 시리즈는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작품은 2002년 개봉한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로, 제이슨 본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두 번째 작품인 〈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 2004)〉에서는 기억을 되찾아가던 본이 과거의 임무로 인해 다시 쫓기게 되고, 세 번째 시리즈인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 2007)〉은 본 시리즈의 완성형이라 불릴 만큼 탄탄한 연출과 서사로 평가받는다. 이후 2012년, 맷 데이먼 대신 제레미 레너가 주연을 맡은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가 등장했다. 이 작품은 기존 세계관을 확장하며 또 다른 프로그램 ‘아웃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2016년 공개된 〈제이슨 본(Jason Bourne)〉은 오랜만에 맷 데이먼이 복귀해 팬들에게 큰 반가움을 주었다. 본 시리즈의 시간적 순서는 제작 순서와 동일하며, 내러티브는 제이슨 본의 과거와 현재를 직선적으로 잇는다. 다만 ‘본 레거시’는 스핀오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본편의 정통 서사와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이처럼 본 시리즈는 기억상실 – 복수 – 정체성 회복 – 시스템 폭로로 이어지는 구체적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어, 스파이 영화 중 드물게 연속성과 세계관 구축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흥행

흥행 측면에서 본 시리즈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성공 공식을 새롭게 써냈다. 1편 ‘본 아이덴티티’는 제작비 약 6천만 달러로 시작해 전 세계 수익 2억 달러를 돌파하며 깜짝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진정한 전성기는 2편과 3편이었다. ‘본 슈프리머시’는 3억 달러 이상, ‘본 얼티메이텀’은 4억 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 시리즈의 흥행 포인트는 ‘리얼리즘’과 ‘현실감 있는 액션’이었다. 기존 첩보 영화들이 화려한 기술과 첨단 장비에 의존했다면, 본 시리즈는 오히려 맨몸 액션, 즉흥적 전투, 실제 도시 로케이션 촬영을 선택했다. 특히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은 관객에게 현장감을 극대화하며 이후 수많은 액션 영화의 연출 방식에 영향을 끼쳤다. 또한 본 시리즈의 주연 맷 데이먼은 화려한 영웅상이 아닌, 혼란과 고통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인간적인 스파이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관객의 몰입을 높였고,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오락물이 아니라 감정 서사 중심의 첩보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본 레거시’는 다소 흥행이 떨어졌으나 세계관 확장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고, ‘제이슨 본’은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하여 4억 달러 이상 수익을 기록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본 시리즈는 총합 16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21세기 할리우드 액션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손꼽히는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영향력

본 시리즈의 영화사적 영향력은 단순히 흥행을 넘어선다. 이 작품은 첩보영화의 리얼리즘 전환점이라 불린다. 이전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판타지적 첩보’라면, 제이슨 본은 ‘현실적 첩보’의 아이콘이다. 총격전보다 심리전, 화려한 기술보다 인간적 불안에 집중하며 스파이 장르의 내러티브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 2000년대 이후 개봉한 수많은 스파이 영화들—예를 들어 007의 ‘카지노 로얄’, ‘퀀텀 오브 솔러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3’ 이후의 시리즈—가 본 시리즈의 연출적 영향을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폴 그린그래스의 촬영 방식은 ‘본 스타일’이라는 용어로 불릴 만큼 영화학교 교재에도 실렸다. 또한 본 시리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국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인간, 통제된 기억, 시스템의 도덕적 모순 등을 다루며 단순한 액션 너머의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제이슨 본은 기억을 잃은 첩보원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죄와 싸우는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 서사는 이후 마블의 ‘윈터 솔저’, ‘텐트’ 등의 영화에서도 변주되어 나타난다. 결국 본 시리즈는 첩보 장르뿐 아니라 현대 액션 영화 전반의 문법을 바꿔놓은 혁명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리얼 액션, 인간 중심의 서사, 감정적 리얼리즘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이후 할리우드 뿐 아니라 한국, 유럽, 아시아 영화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본 시리즈’는 단순한 첩보 액션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정체성 탐구를 그린 영화이자,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리얼리즘 혁명을 이끈 작품이다. 시리즈의 순서를 따라가면 기억상실에서 자아 발견으로 이어지는 서사적 완결성을 확인할 수 있고, 흥행 면에서는 현실 액션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도 본 시리즈가 남긴 영향력은 오늘날의 액션 영화 문법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만약 리얼리티 있는 첩보 액션을 찾는다면, 다시 한번 본 시리즈를 정주행 해보자. 그리고 제이슨 본이 던지는 질문—“나는 누구인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