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는 팬데믹 이후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바이러스 재난 영화의 대표작이다.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아 인류가 멸망한 뉴욕에서 혼자 살아남은 과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단순한 생존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고립의 심리를 깊이 탐구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겪은 현실적인 공포와 연결되며, 영화는 새로운 의미로 재조명되고 있다.
바이러스 영화 재조명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개봉했을 당시, 관객들은 그저 공상 과학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재난영화라 생각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은 영화 속 설정이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줬다. 영화에서 인류를 파멸시킨 원인은 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바이러스가 변이 되어 사람들을 ‘다크시커(Darkseeker)’라는 존재로 바꿔버린 것이었다. 이 설정은 ‘과학의 진보가 항상 인류의 구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팬데믹 이후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백신, 변이, 전염 등의 단어에 민감해졌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덕분에 영화는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당시에는 단순히 스릴과 긴장감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과학의 윤리, 인간의 교만, 그리고 생태계의 균형에 대한 경고로 읽히는 것이다. 또한, 영화 속 주인공 로버트 네빌 박사의 고립된 일상은 팬데믹 시기의 ‘자가격리’ 경험과 맞닿아 있다. 혼자 남은 도시, 텅 빈 거리, 그리고 유일한 친구인 개 ‘샘(Sam)’과의 관계는 팬데믹 시기 인간이 느낀 외로움과 정서적 결핍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영화를 단순한 SF 스릴러가 아닌, 현대 사회의 철학적 거울로 만든다. 실제로 2023년 이후 SNS에서는 “나는 전설이다는 15년을 앞서간 팬데믹 예언서였다”는 평가가 자주 언급된다. 영화 속 ‘바이러스의 진화’와 현실 속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가 겹치며,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21세기 인류에게 ‘우리가 만든 기술이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던진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시선
팬데믹 이후,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다시 극장과 OTT 플랫폼에서 상영되며 재평가받았다. 과거에는 단순히 스릴 넘치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영화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인간의 고립, 소통의 단절, 그리고 공동체 회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분석된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네빌 박사는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인간으로 남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식량을 구하고, 실험을 이어가며, 자신이 여전히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려 한다. 이는 팬데믹 시기에 우리가 느꼈던 ‘일상의 가치’와 ‘연결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취약함을 새삼 깨닫는다. 네빌 박사는 과학자로서 바이러스를 고치려 하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인간의 한계와 오만함을 마주한다. 바이러스의 창조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인간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동시에 영화는 ‘희생과 구원’의 주제를 다룬다. 원래 공개되지 않은 대체 엔딩에서는 네빌이 다크시커들에게 공격받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인간 중심적 시선이 아닌, 다른 존재의 생존권을 인정하는 진보된 메시지를 제시한다. 팬데믹 이후 우리가 ‘공존’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과 정확히 맞물린다. 또한, 영화의 미장센은 팬데믹 시기의 현실을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텅 빈 거리, 폐허가 된 도시, 사람 대신 동물들이 활보하는 공간은 2020년 봉쇄된 도시의 뉴스 장면과 겹쳐 보인다. 당시 뉴욕의 실제 거리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도시가 멈춰 선다는 상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대에 큰 충격을 주었으나, 지금은 그 이미지가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그래서 영화는 단순히 미래를 상상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언젠가 맞이할 수 있는 ‘현실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남는다.
생존 본능과 인간의 본성
나는 전설이다의 중심에는 ‘생존’이라는 본능적인 주제가 있다. 영화 속 네빌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는 단순한 생존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팬데믹을 겪은 현대인들은 생존이 단순히 물리적 차원이 아니라, 심리적·정신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에서 네빌은 매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나는 살아 있다”라고 외친다. 이는 단순한 구조 요청이 아니라, 스스로 인간임을 확인하는 의식이다. 외로움은 인간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적이며, 네빌의 생존은 고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정신적 투쟁’이다. 이 점에서 영화는 단순한 재난영화를 넘어 철학적 사유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또한, 개 샘(Sam)은 네빌에게 가족이자 친구이자 마지막 연결고리다. 샘의 죽음은 인간의 감정이 완전히 붕괴되는 순간을 상징하며, 네빌이 비로소 ‘감정이 없는 생존자’가 아닌 ‘상처 입은 인간’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다. 팬데믹을 경험한 사람들 역시 반려동물, 가족,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심리적 안정과 생존 의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시대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장면에서 네빌은 자신의 피를 이용해 치료제를 완성하고, 그 피를 남겨 인류의 재건을 상징적으로 이어준다. 이는 인간의 희생이 단순히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상징적인 결말이다. 생존 본능은 결국 이타심과 희생정신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영화는 인간의 본성이 단순한 자기 보호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헌신으로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전설이다는 단순한 바이러스 영화가 아니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고립, 공포,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을 다시 보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구원할 수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보여주며, 진정한 생존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절망과 싸우는 것임을 일깨운다. 팬데믹 이후 시대에 이 영화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희망’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서며, 그것이 우리가 전설로 남을 이유다.